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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 정리: 2012.04.16~21

그전의 시대정신이 ‘병맛’이었다면 2012년의 시대정신은 ‘멘붕’과 ‘약빨고’로 요약 가능할 것이다. 전자가 원인이라면 후자는 결과고, 전자가 수동태라면 후자는 능동태랄까. 그런 의미에서 시대의 촉이 좋은 분들이 이 트랙에 열광하는 건 당연하다. 어제 발표된 무키무키만만수의 ‘안드로메다’도 그렇고 올해를 기점으로 약빨고 만든 결과물이 대거 나올 테니 정말 약빨고 만들지 않는 이상, 선점 효과를 노릴 분은 빨리 깃발부터 꼽으셔야. 일단 감성 힙합 찌꺼기 줏어 먹고 ‘가수’에 대한 꿈을 포기 못 해 2011년을 루즈하게 보낸 한국 힙합 쪽에는 싸이코반이 깃발을 꼽았다. 근데 싸이코반은 진짜 약빨고 트랙을 만드니 누가 당할소냐.

지난주엔 내내 이 트랙만 들었다. 더티 프로젝터스의 앰버가 보컬로 참여한 메이저 레이저의 새 싱글. 이곳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곡과는 다르게 메이저 레이저의 멜랑콜리라 부를만한 트랙인데 좀비와의 전쟁에서 한쪽 팔을 레이저로 개조하고 돈을 위해 용병으로 지내는 메이저 레이저의 애환을 담고 있다. 본드 도 롤의 리믹스가 함께 공개됐는데 본래 하던 발리 훵크 트랙이 아닌 오랜만에 듣는 경쾌한 80년대 디지털 댄스 튠. 본드 도 롤의 새 작업물까지 기대되게 만드는 트랙. 참고로 2011년 말 메이저 레이저에서 스위치는 탈퇴하고 현재는 디플로만 메이저 레이저로 활동하고 있다.

‘Get Free’

Never got love from a government man
Heading downstream till the levee gives in
What can i do to get the money
We ain’t go the money, we ain’t gettin out

Heading downstream till the levee gives in
And my dreams are wearin’ thin
All I need’s relief
I need I need some sympathy

Look at me
I Just can’t believe
What they’ve done to me
We could never get free
I just wanna be

Look at me
I Just can’t believe
What they’ve done to me
We could never get free
I just wanna be
I just wanna dream

All of my life been wadin in
Water so deep now we got to swim
Wonder will it ever end
How long how long till we have a friend

Comin down, feelin like a battery hen
Waves won’t break till the tide comes in
What will I do in the sunrise
What will I do without my dreams

Look at me
I Just can’t believe
What they’ve done to me
We could never get free
I just wanna be

Look at me
I Just can’t believe
What they’ve done to me
We could never get free
I just wanna be
I just wanna dream

We’re all together in the same boat
I know you, you know me
Baby, you know me

We’re all together in the same boat
I know you, you know me
Baby, you know me

We’re all together in the same boat
I know you, you know me
Baby, you know me

I Just wanna dream

단편선 앤 더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예상했던 것처럼 앨범 <백년>을 (구지가를 제외하고) 순서대로 재현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전의 진상태, 마법사들 공연이 너무 쎄 좀 지쳐있던 상황에다 공연 직전 상황이 너무 어수선해 좀 걱정이 됐는데 안경을 벗은 단편선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노래를 부르자 공연에 즉시 집중할 수 있었다. 아쉬웠던 건 그 집중력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 여기에는 그날 배포된 뇌폭탄주를 비롯해 여러 이유가 있을텐데. 개인적으론 단편선을 제외한 오케스트라에 포함되는 멤버들이 곡에 따라 입장하고 퇴장하는 구성이 공간과 맞물려 연극적인 효과는 있었으나 해당 멤버가 공연의 흐름을 계속 붙잡기엔 방해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이것저것 물어볼 게 많은데 이건 오늘 직접 물어볼 예정이다. 이날 앨범도 발표됐는데 앨범을 듣고 앨범의 맥락을 파악하고 싶다면 미묘님이 쓴 글을 읽으면 좋을 듯하다. 아래는 그날 내가 공연 보며 트윗에 올린 글들.

[View the story “단편선 앤 더 오케스트라” on Storify]

단편선 공연이 끝난 후엔 뭐 좀 먹고 베이스컬쳐 파티에 갔다. 12시 30분쯤 도착하니 디제이 야만이 스핀 중이었다. 약 30분 정도 그의 스핀을 보고 이후 스마일리와 신지의 스핀까지 보고나니 3시 30분쯤. 물론 그 시간 동안 내 몸이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움직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날 최근 시작한 운동 효과 좀 봤다.


디제이 야만이 140bpm짜리 이 쿠두로 트랙을 피치를 올려 정글처럼 틀었는데 원곡보다 덜 헤비한 느낌이 꽤 좋았다.

스마일리가 알파스테파와 함께 했다는 트랙이 나올 때 좀 죽였는데 아직 발매가 안 돼서 대신 J-Path, 김반장과 함께 한 곡을.

신지가 중간에 튼 추억의 곡. 예전엔 이들과 탈빈 씽, 트랜스글로벌 언더그라운드 등을 일컬어 유케이에이젼이라 불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들을 한데 묶기에 정확하지도 않고, 쉽고 폭력적인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예전에 에이젼덥파운데이션에서 ‘에이젼’에 빙점을 찍고 들었다면 지금은 ‘덥’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한국에서 에이젼덥파운데이션을 소개했던 이들은 아무도 덥이 뭔지 알려주지 않았다.

이태원 주민시장은 작년보다 별로. 작가와 그냥 헌 물건 팔러 온 사람과 업자가 뒤섞여 있었는데 대부분 여성 옷에 치중돼있었고 업자가 끼면서 가격도 이전보다 올라가고 작년에 공짜로 줬던 파전과 막걸리는 각 1,000원과 2,000원 받고 그마저도 일찍 다 팔려 새마을운동에 대한 인식이 다시 나빠지는 계기가 됐다. 시디 파는 곳에서 처음엔 2,000원에 팔다 너무 안 팔려 1,000원으로 가격을 내려 팔길래 노미야 마키, 카히미 카리, 베이스먼트 잭스, 캐셔스 같은 한 때 들었던 추억의 시디를 좀 사고 곧 망할 것 같아서 노키아 가방을 샀다. 심지어 가방 뒷면에 있는 오비는 이미 망한 서비스. 시디가 벼룩시장 최하위 계급임을 확인하고 이런저런 망해가는 것들을 줍고 집에 들어와 잠시 낮잠. 이후 일이 덜 끝나 rm360은 못 가고 대신 상상마당에 가 일을 마치고 집 근처 새로 생긴 이자카야에서 타코와사비에 소주를 마신 후 유니온에 들러 잠시 있다 나왔는데 감상은 다음에 좀 더 오래 있은 후에 적기로 한다. 이 외 정리할 게 몇 개 더 있는데 귀찮아 그건 다음주로 패스. 모두 이번 주도 ‘멘붕’하고 ‘약빨고’ 보내시길.

3D, LOBOTOMY, app @ Bowie (7TH NEVER RIGHT SHOW "NO DANCE IS NEVER RIGHT") visual by 3D

http://vimeo.com/moogaloop.swf?clip_id=7393654&server=vimeo.com&show_title=1&show_byline=1&show_portrait=0&color=&fullscreen=1

3D, LOBOTOMY, app @ Bowie
(7TH NEVER RIGHT SHOW
“NO DANCE IS NEVER RIGHT”)
visual by 3D

‘갑작’이라는 단어가 스무번 넘게 등장하는 장문의 글을 쓰다 마음에 안 들어 간략 정리.
1.원래 저 셋의 마지막은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공연할 예정이었다.
2.야마가타 트윅스터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연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고, LOBOTOMY의 추천으로 공연이 채 일주일이 남지 않은 시점에 섭외를 받았다.
3.3D, LOBOTOMY, app는 일종의 유닛으로 끊김 없이 음악을 연주하며 어떠한 큰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컨셉이었다.
4.박다함이 샘플을 보내주긴 했으나 짧은 시간 동안 둘의 음악을 파악하긴 힘들었고 이메일로 진행된 박다함의 공연에 대한 설명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5.소개 문구를 보내달라는 말에 짧게 ‘app is short for application.’이라는 문장을 보냈으나 당일 공연 내용에 관한 설명이 필요하다 얘기 해 ‘app는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티벳의 독립을 지지하겠습니다.’라는 문장을 추가했다. 사실 둘 다 별 의미없는 문장이었고, 다른 팀의 현학적인 문장에 반감을 갖고 작성한 것이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별로 현학적인 문장이라 생각되진 않는 걸로 보아 당시 공연에 관한 전반적인 것들을 파악하기엔 지나치게 상황이 급박했던 것 같다. 아니면 그 사이 내 독해력이 일취월장했거나.
6.’app는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티벳의 독립을 지지하겠습니다.’라는 문장이 나오게 된 배경은 조금 복잡하다. 당시 웹서핑을 하다 힐러리 클린턴을 추락시킬 수 있는 플래쉬를 발견한 나는 그 플래쉬를 미투데이에 링크하며 ‘힐러리 얼굴 MB로 바꿔서 다시 만들어주실 분 안 계신가요. 부딪히는 것도 풍선이 아니라 팔도강산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라는 글을 쓴다. 그리고 정말로 내 미투데이를 보던 익명의 누군가가 그 플래쉬를 만들어 내게 보내왔다. 박다함은 내게 연주와 함께 영상을 플레이 해주길 원했는데, 나는 이 플래쉬를 플레이하면 재밌을 것 같다 생각했다. ‘티벳의 독립’은 당시 큰 사회 현안 중 하나였고, 뭐, 그냥 beastie boys 흉내를 내고 싶었던 듯 하다.
7.내 타임이 되어 공연의 흐름이 끊겼다 다른 흐름으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이는 의도된 것이다. 위에서도 밝혔다시피 다른 팀의 음악을 파악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고 그렇다면 작위적인 연결보다는 확실한 맺음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청자가 느낄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는데, 그 반응을 직접 확인하진 못했고 적어도 그 중 한명은 내 공연이 시작되자 야마가타 트윅스터를 그리워 하며 ‘보위의 공기가 너무 나쁘다’는 이유로 나간 걸로 알고 있다.
8.믹스셋의 컨셉은 ‘로봇과 아이들’. 동네 수퍼 앞 게임기 앞에 쭈그려 앉아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보며 재개발 후 저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믹스셋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며 메세지를 담는 작업은 처음이었으나 의외로 수월하게 진행이 되었다. 사실 메세지가 제대로 전달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없이 작업을 할 수 있었던 듯 하기도 하다. 클럽에서 buraka som sistema가 흘러 나올 때 앙고라의 다이아몬드를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9.영상과 음악을 동시에 플레이해야 했기에 ableton live의 클립을 모두 x-station의 건반에 어사인해두었다. 맥북의 키보드와 터치패드로는 영상을 플레이하고 x-station으로는 음악을 플레이하는, 한 개의 랩탑에서 영상과 음악 모두를 플레이하는 사상 초유의 형태. 하지만 공연 당일 여러 사정으로 영상은 틀 수 없었다. 지금 다시 공연 영상을 보니  3D의 영상도 매우 좋았던 것 같다.
10.x-station의 건반에 클립을 어사인해 플레이 하는 것도, 공연에 집중하는 이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공연장의 특성상 내 뒤에서 내가 플레이하는 것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어 공연 중 적지 않은 실수를 했으나 당시 사운드가 좋지 않아 사람들이 눈치를 채지는 못한 듯 하다.
11.원래 셋의 마지막 곡은 당시 leak된 portishead의 ‘machine gun’이었으나 다시 녹음할 때는 m.i.a.의 ‘paper planes (scottie b remix)’로 교체했다.
12.내 음악에 맞춰 열심히 춤을 추던 황세광의 앵콜 요청을 받았다.
13.한 외국인 여성으로부터 다음 스케쥴이 언제냐는 질문을 받았다. 물론 내 대답은 ‘i don’t have any schedule.’이었지만. 대신 당시 주소가 analoguepinballplayer.tistory.com 이었던 내 블로그를 알려주었는데 그 사람이 그걸 외워 내 블로그에 접속했을지는 모르겠다.
14.의외로 많은 사람이 공연을 보러 와 페이를 받을 수 있었다. 페이는 모두 당일 뒷풀이 자리에서 소진되었다.
15.공연 후 그 전만 해도 크게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던 박다함과 똘똘이(LOBOTOMY)와는 형,동생하며 종종 보는 사이가 되었으며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조웅씨와는 가끔 술자리에서 보고 트램폴린의 차효선씨와는 매주 스터디를 하고 있다.
16.간략하게 정리하려는 의도로 썼는데 왜 원래 글보다 내용이 길어졌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이 날의 공연에 대해 다시는 아무것도 적지 못할듯 하다.


그 밖의 기록들

toadally krossed out

toadally krossed out

toadally krossed out의 음악을 처음 접한 건 major lazer의 ‘hold the line’ 리믹스 트랙에서였다. major lazer는 앨범이 발표되기 전 무료 음원으로 ‘hold the line’ 원곡과 인스트루멘탈, 아카펠라를 모두 공개했는데 그 덕분에 (그들의 의도대로) 앨범이 발표되기 전부터 다양한 종류의 리믹스 트랙이 월드와이드웹을 뒤덮었다. 제대로 된 귀를 가진 프로듀서라면 이 기이하고 매력적인 트랙을 지나치기 힘들었을테니까. 당시 나는 공개된 리믹스 트랙의 차트를 만들며 놀곤 했는데 그 중 독특한 브레이크와 개구리 울음소리를 가진 toadally krossed out의 트랙은 다른 기성 프로듀서들의 트랙에 비해 유난히 귀에 띄었고 그들의 버젼은 오랜 기간 havaqquq’s ‘hold the line’ 리믹스 차트의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 후 이들의 이름을 다시 본 건 mad decent의 뉴욕 투어 포스터에서. 역시 diggin’계의 유재석 diplo는 이들의 트랙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구나, 싶어 자료를 찾아보니 조금 흥미진진한 히스토리가 발견되었다.

toadally krossed out x kid cudi

toadally krossed out은 영국 웨일 출신의 2인조 형제 유닛이다. 늘 노브를 조작하며(skiffling) 놀던 그들은 크리스마스 연휴 때 친구가 fruityloops를 다루는 걸 보고 2009년 1월, 그것을 다운 받아 트랙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 후 그들은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어간 유니크한 사운드의 데모 트랙 두 곡을 soundcloud을 통해 mad decent에 보내고 mad decent는 이들의 독특한 음악에 반해 이들과 계약을 맺으려 한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라이브 쇼를 볼 때까지 기다려 달라.’ 얘기하고 mad decent는 한 번도 이들의 쇼를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mad decent의 sxsw 쇼 클로징에 이들을 출연시키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toadally krossed out의 전설은 시작된다. 그건 정말 미친 쇼였다. nick catchdubs는 셔츠를 벗어 자신의 ‘e-town’ 타투를 모두에게 공개하였으며 kid cudi는 무대에 난입, 파티 MC를 자처한다. 개구리 울음 소리와 땀으로 가득했던 이 날의 쇼는 트위터를 타고 입소문이 돌고 toadally krossed out은 순식간에 가장 핫한 파티 몬스터의 자리를 꿰찬다.

digital vinyl & korg nano pad

toadally krossed out
은 totally crossed out이라는 관용구에 두꺼비를 의미하는 toad를 조합한 일종의 언어유희다. 이들의 개구리/두꺼비 사랑은 차고 넘쳐 이들의 마이스페이스는 온통 개구리와 두꺼비로 도배되어 있고, 무대에는 개구리 가면을 쓰고 등장하며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곡에 (심지어는 믹스셋에도) 꼭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어간다. 혹시 이들이 한국에 온다면 개구리 뒷다리 구이라도 접대하는 건 어떨까. 그들의 개구리에 대한 사랑이 에로스인지 플라토닉인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이에 자극을 받은 havaqquq은 myungbakally krossed out이라는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쥐 울음 사운드로 가득찬 음반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 물론 쥐 고기는 먹지 않는다.) 이들은 buraka som sitema의 ‘ic19’ 리믹스 작업에 이어 올해 내로 mad decent
에서 12인치 싱글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들이 리믹스한 ‘hold the line’은 itunes를 통해 발매 된 major lazer의 일종의 리패키지 앨범 <guns don’t kill people…lazer do (bonus track version)>에 수록되었다.

d.d.t. party vol.1 video by bhxxl
-여기서 내가 3분 18초부터 플레이 하는 곡이 바로 ‘hold the line’의 toadally krossed out 리믹스 버젼이다.
toad’s t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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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aka som sistema 'black diamond'

buraka som sistema ‘black diamond’

어제 늦은 저녁 ‘영화는 영화다’를 보고 왔다. 영화를 보며 이 영화를 볼 영화광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이 풍성하고 촘촘하며 충격적인 텍스트 앞에 그들은 steve jobs의 키노트를 훔쳐 본 애플매니아처럼 즐거워 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영화광하니 스스로 영화광이라 주장하던 전여옥의원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을지 궁금하다. 요새는 멜라민과 촛불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느라 바쁘셔서 영화를 잘 챙겨보지 못할 것 같긴 하지만.) 영화광들이 전혀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 괜한 경쟁심을 가지된 광의적 의미의 소극적 댄스뮤직광인 나는 최근 buraka som sistema의 음반을 들으며 ‘영화는 영화다’를 보며 영화광들이 느꼈을 법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buraka som sistema ‘sound of kuduro’ remix ep

모든 국가에는 그 국가만의 스트리트 사운드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노바디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의 스트리트 사운드는 아아…) MTV에서 benny benassi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자란 앙골라의 게토 키드들은 자국 특유의 afro beat와 ska, calypso 샘플 등을 융합시켜 매혹적인 DIY 테크노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들이 만들어 낸 음악은 리스본의 앙골라인 커뮤니티와의 왕래를 통해 kuduro라는 이름을 갖추고 포르투갈의 음악씬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참고로 앙골라는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1975년 독립했다. 우석훈의 ‘촌놈들의 제국주의’에 따르면 유럽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들은 독립 후에도 경제적/군사적 이해 때문에 자국을 침략-지배했던 유럽의 국가들과 특수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buraka som sistema의 ‘black diamond’의 첫 트랙의 제목이 ‘luanda/lisboa(lisboa는 lisbon의 포르투갈어 표기)’인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이 후 이들의 음악은 localized dance music 계의 얼리아답터 diplo, switch, m.i.a.등을 통해 전세계의 클럽(한국 제외)을 강타한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을 알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건 역시 ‘sound of kuduro’ 뮤직비디오일 것이다.

buraka som sistema (feat. m.i.a., dj znobia, saborosa, puto prata) – sound of kuduro

올해 3월 youtube를 통해 공개된 ‘sound of kuduro’의 뮤직비디오에서 m.i.a.는 이렇게 외친다. ‘one drop, two drop, three drop, four. sound of kuduro knock your door.’ 그렇게 kuduro 사운드는 세계인의 문을 노크했고, 눈치 빠른 이들은 자신의 문을 두드린 이의 정체가 할로윈 복장을 한 이웃집 꼬마아이가 아님을 눈치챘을 것이다. 당신의 문을 두드린 건 한손엔 오일을 한손엔 다이아몬드를 들고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댄스 음악을 연주하는 앙골라인이었다. 여기서 나는 당신이 이미 ‘sound of kuduro’의 뮤직비디오를 보았다 할지라도 저작권 뱀파이어의 송곳니를 감수하면서 올리는 이 곡을 다시 한번 들을 것을 권한다. 그들의 영상은 앙골라의 kuduro 무브먼트를 느끼기엔 충분하나 현란한 패닝을 통해 구축되는 폴리리듬의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부족하기 때문이다. 

buraka som sistema (feat. m.i.a., dj znobia, saborosa, puto prata) – sound of kuduro
buraka som sistema ‘from buraka to the world’

2006년 발매 된 그들의 첫 ep ‘from buraka to the world’는 앨범 제목처럼 그들의 이름과 kuduro라 불리는 댄싱 건 머쉰을 세계의 클럽에 알리기에 충분한 역작이었고 2008년 3월 발표된 ‘sound of kuduro/kalemba(wegue wegue)’는 그 댄싱 건 머쉰에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올해 9월 발표 된 그들의 첫 풀렝쓰 데위 앨범 ‘black diamond’는 kuduro에 가격당한 파티고어들이 흘린 피로 댄스 플로어가 피로 흥건해질 것임을 알리는 앨범이다.(blood on the dance floor!) drum & bass 프로듀서로 오랜기간 활동해온 dj riot, lil’john, 앙골라의 프로듀서 conductor. buraka 지역에서 도원결의한 이 촌스러운 이름의 세 프로듀서가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실로 경이롭다. 비록 앙골라에서의 다이아몬드는 5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blood diamond’였지만 buraka som sistema가 만들어 낸 ‘black diamond’는 강하고 아름답다. afro beat, grime, dubstep, breakbeat, drum & bass, house, balie funk, b-more breaks 등의 장르적 에센스를 한데 모아 140bpm으로 쉴틈없이 믹스한 리듬의 텍스쳐는 풍성하고 촘촘하며 충격적이며,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진 리듬 위로 얹어진 m.i.a., saborosa, puto prata, deize tigrona와 같은 적절한 게스트의 공격적인 토스팅은 청자에게 지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라 윽박 지르는 듯 하다. (본 내용은 그게 아니겠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올해 이보다 더 뜨거운 댄스 뮤직 음반이 나올 수 있을까. 당신도 이 음반을 듣는다면 댄스 플로어 위에서 뜨거운 검은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하 찌질한 내용이라 옅게 처리) 그러기 위해선 그들의 음악이 댄스 플로어에서 울려 퍼져야 할텐데 국내 디제이 중 이들의 음악을 선곡할 이는 얼마 없을 것 같으니 당신도 뜨거운 검은 피를 흘리고 싶다면 올해 3월부터 꾸준히 이들의 음악을 선곡하고 있는 dj app의 (얼마 되지 않는) 스케쥴을 체크하는게 좋을 것이다. ‘영화는 영화다’를 본 영화광들이 모두 ‘영화는 영화다’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건 아니지만, buraka som sistema를 들은 나는 언제라도 그들의 곡을 선곡할 수 있다. 고로 상대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 우리의 경쟁은 내 승리다. 

참고자료

dj soulscape blog의 sound of kuduro 포스트 

buraka on sistema interview (bbc collective) 

한겨례21:핏빛 다이아몬드, 진실이 우는 땅 

buraka som sistema – beef

buraka som sistema (feat. pongo love) – kalemba (wegue wegue)

buraka som sistema (feat. petty) – yah

buraka som sistema (feat. petty) – wawaba
[#M_곁다리|역시 이박사님|

6,70년대 음악에서 빼 먹을거 다 빼먹고 요새는 80년대 음악에서 신나게 빼 먹고 있는 댄스 뮤직씬이 현재 서서히 관심을 돌리고 있는 곳이 바로 아프리카인데, 이는 balie funk, coupe decale, kuduro 등의 움직임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 얼마전 레이디경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박사님이 다음 음반에서는 아프리카 토속 음악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아. 박사님. 역시 이박사님은 뭘 좀 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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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 – summer thunder mix vol.1

사용자 삽입 이미지app – summer thunder mix vol.1
58:02

http://dory.podics.com/podics_player04.swf?PODCH=121416931450&PODID=80223&SV=squirt
(우측 중단에 있는 화살표를 클릭 시 믹스셋을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코드 카피 시 자신의 블로그 혹은 사이트에 임베드 시킬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를 클릭하시면 podics 사이트에 접속되며, 이 후 rss를 등록하시면 app의 팟캐스트를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set list
justice – stress (auto remix)
south rakkas crew – mad again (boy 8-bit remix)
buraka som sistema – yah (feat. petty)
rye rye – shake it to the ground
m.i.a. – sunshower (diplo remix)
bonde do role – marina gasolina (fake blood remix)
gameboy // gamegirl – sweaty wet-dirty damp
crystal castles – tv babies (crystal castles vs. comic book fever)
boy 8-bit – the things that freeks are made of
santogold & justice – l.e.s.d.a.n.c.e. (immuzikation blacknotblend)
mstrkrft – bounce (feat. n.o.r.e.) (extended version)
unkle – restless (fake blood mix)
the toxic avenger – bad girls need love to (l onard de l onard remix)
crystal method – comin’ back (koma and bones remix)
kid sister – pro nails (bag raiders remix)
surkin – radio fireworks (surkin 909 edit)
data – aerius light (kitsune dj friendly edit)
yelle – a cause des garcons (sta remix)
dizzee rascal – flex (dave spoon mix)
m.i.a. – xr2 (silverlink v kicks like a mule aka 92juk)

2008/06/23 – [works] – app – leaving bugahyeon-dong pt.1
2007/09/01 – [works] – analoguepinballplayer – rudie rude spring!

‘summer thunder mix vol.1’이라는 제목은 농담입니다. 즉, 이 믹스는 번개 믹스입니다. 힙합하는 친구들이 번개송 녹음하는 것처럼요. 당연히 vol.2의 발표도 없습니다. (thunder의 뜻은 천둥이지만 운율상 이 편이 더 재미있어 그냥 썼습니다. 뭐 어떤가요. 어차피 번개 믹스인데. 참고로 이 제목은 한 때 유행했던 summer mega mix와 같은 제목을 패러디한 것입니다.) 본래 목적은 후보정 작업을 거치지 않은 라이브를 그냥 녹음해 올린 뒤 bike stereo에 싣고 라이딩을 하는 것이었으나 다운받아 들으실 분들께는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약간의 후보정 작업을 거쳤습니다. 만 하루 전 올린 ‘leaving bugahyeon-dong pt.1 (the newtown is not my hometown)’이 never right show에서 3d, lobotomy와 하나의 유닛으로 특정한 컨셉을 염두해 두고 감상용으로 만들었다면 본 믹스는 컨셉 없이 2,3개월 전 쯤 즐겨 들은 곡과 눈에 띄는 곡을 차별 없이 골라 믹스했습니다. 비록 제목은 농담이지만 만들어진 결과물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의 몸이 증명해 줄 것입니다. 자, 이제 저는 본래의 목적대로 곡을 bike stereo에 싣고 라이딩을 즐기러 가겠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방법으로 부디 즐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