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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밈MEME의 시대인가?


바우어의 <할렘 쉐이크>는 역대 빌보드 핫100 차트 1위 곡 중 가장 기이한 곡이다. 우선 이 곡에는 노래 혹은 랩이라 부를만한 부분이 없다. 샘플링한 스페인어 나레이션과 곡의 제목이 담긴 짧은 랩 그리고 심드렁한 사자 울음소리가 양념처럼 올려져 있을 뿐이다. 이른바 클럽 튠이다. 어두운 클럽에서 우퍼를 울리기 위해 만들어진 곡이 양지의 대형 간판에 걸린 셈이다. <할렘 쉐이크>는 홍보를 위한 공식 뮤직비디오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유튜브에서 <할렘 쉐이크>를 검색하면 결과화면에 약 1,400만 건의 비디오를 볼 수 있다. <할렘 쉐이크>를 사용한 UCC 비디오다. 유튜브 코미디언 필시 프랭크가 타이즈를 입고 곡의 빌드 업과 드롭 타이밍에 맞춰 반전 있는 비디오를 만든 후 불과 열흘도 안 돼 12,000 건이 넘는 비디오가 올라왔다. 사람들은 <할렘 쉐이크>의 뮤직비디오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대신 삽입된 랩처럼 ‘두 더 할렘 쉐이크(Do The Harlem Shake)’했다.

외국 매체는 <할렘 쉐이크> 현상을 ‘거대한 밈’이라 표현한다. 밈은 문명 발달의 한 축인 문화 복제를 설명하기 위해 리처드 도킨스가 고안한 개념이다. 모바일 시대 밈은 실시간 소셜 미디어의 팽창에 힘입어 보다 광범위하고 통제 불가능하게 복제된다. 가장 위력을 발하는 밈은 유머다. 가끔 위험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유머는 효과적인 대화 방법이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타임라인에서 누구나 소셜 미디어의 제작자 혹은 중계자가 될 수 있는 지금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9개그’와 ‘노유어밈’에서 복제하거나 응용한 밈은 간편하게 ‘좋아요’와 ‘리트윗’을 부른다. 소개팅 자리에 개그콘서트에서 익힌 유행어 한두 개 익혀두고 가면 든든하지 않던가. 이제 밈은 언제든지 주머니에서 꺼내 쓸 수 있는 특정한 유머 패턴을 일컫는 단어로 통용된다.

유행어로 소개팅 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것과 밈으로 몇만 달러를 버는 건 다른 얘기다. 예술의 전통적인 가치를 수호하는 이에게 이는 부당하고 박탈감이 드는 일일 수 있다. 그와 상관없이 빌보드 지는 <강남 스타일>의 성공 이후 핫 100 차트에 유튜브 조회 수를 추가했다. <할렘 쉐이크>는 새로운 기준의 첫 수혜자다. 사람들이 많이 듣거나 많이 사는 음악 대신 밈이 되어 더 많은 복제품을 양산하는 곡이 차트에서 성공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음악가는 좋은 음악의 기준을 버리고 ‘두 더 할렘 쉐이크’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걸까. 지금과 환경은 다르지만, <강남 스타일>의 성공 이전에 <마카레나>의 성공이 있었다. 빌보드 차트에서 14주간 1위를 한 <마카레나>는 원곡이 아니라 현지의 기준에 맞게 리믹스한 곡이다. <강남 스타일> 역시 YG답게 글로벌 팝의 기준과 수준을 어느정도 쫓은 곡이다. <할렘 쉐이크>는 작년 5월에 발매되어 이미 클럽에서 트랩 음악 장르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이 됐다. 이는 음악의 완성도가 절대 조건은 아니더라도 거대한 밈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임을 알려준다.

물론 <할렘쉐이크>의 밈 되기 전과 된 후의 유튜브 조회수는 통계 곡선에 절벽을 그려 놓은 것처럼 차이가 크다. 어느 성인사이트에서는 GIF 애니메이션이 된 싸이가 말 춤을 추며 후배위를 한다. 밈과 좋은 음악의 관계는 느슨하고 언젠가 주객이 전도되었단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음악이 들리는 미디어도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변한다. 이제 우리는 항상 네트워크와 연결된 기기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여기엔 소셜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변수의 유혹이 넘실댄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인기는 한국의 밈이라 불리는 디씨인사이드의 ‘합성필수요소’에서 왔다. 이제 그들은 미미시스터즈와 함께 하지도 펄럭 춤을 추지도 않고 꾸준히 좋은 음반을 내고 공연한다. 소개팅 자리에서 유행어로 분위기를 띄워도 결국 다음 약속을 받아내는 건 본인의 매력이다. 결국, 시대가 변하더라도 좋은 음악이라면 밈과 관계없이 스스로 가치를 지켜나갈 거라 믿는 수 밖에 없다. 비록 그 믿음이 안일하더라도 말이다.

2013년 4월 GQ 기고

* 여러 사정으로 잡지엔 2/3 정도 분량으로 깔끔하게  편집 돼 실렸다. 잡지에 실린 쪽이 더 보기 좋다.

빌로우below에 관한 짜증

빌로우below는 에이무브a.move에서 운영하는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커뮤니티 & 웹 매거진이다. 2012년 10월 오픈했으며 이후 정기적으로 뉴스, 칼럼, 번역 기사, 내한 음악가 백스토리 등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사이트 오픈 초기에 리본 프로젝트RE:BORN PROJECT 일로 내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인터뷰에 관한 내용은 아래 언급돼있다.

“[하박국] 한국 EDM의 과거와 현재를 잇다” http://below.co.kr/magazine_interview/7103

최근 빌로우는 다음과 같은 뉴스를 업데이트했다.

‘Beyonce 신곡의 장르는 트랩(Trap)?’ http://below.co.kr/news_international/24033

지금은 수정되었으나 내용 중 ‘EDM의 한 장르인 트랩’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잘못된 표현이다. 웹사이트에 이를 지적하는 댓글을 달까 하다가 공개적으로 지적을 받는 게 민망할 듯해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안 보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댓글을 달았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비욘세의 곡이 일렉트로닉 트랩이긴 하나 트랩을 EDM의 한 장르라 부르는 건 어폐가 있어 보입니다. 이쪽으로 가장 정리 잘 된 덥스팟 아티클 갈 것 없이 위키피디아만 가도 이렇게 나오는 데 말이죠. http://en.m.wikipedia.org/wiki/Trap_(music_genre))’

(참고로 여기서 비욘세의 곡을 일렉트로닉 트랩이라 표현한 건 당시 글을 보던 아이폰에서 잠깐 곡의 도입부를 듣고 판단한 것이다. 나중에 스피커에서 곡을 제대로 들으니 비욘세의 곡은 그냥 힙합 장르에서의 트랩이었다. 내 실수다.)

이에 빌로우는 내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후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고 본문을 수정했다. “말씀하신대로 Trap을 EDM의 한 장르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 그 부분을 수정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본문에서 수정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근 EDM에서 자주 사용되는 장르인 일렉트로닉 트랩(Trap)의 사운드를 명백하게 가지고 있다.” 역시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위에서 문제가 되는 내용을 수정했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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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생긴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우연히 다시 보게 된 빌로우의 페이스북 페이지 글의 댓글이 수정되어있었다. 페이스북은 담벼락에 적는 글은 (사진을 첨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수정할 수 없으나 댓글은 수정할 수 있다. 그리고 수정된 댓글은 이메일로 알림이 오지 않는다. 수정된 댓글은 다음과 같다.

“일렉스로닉 Trap의 경우 최근에는 Dub의 하위 장르로 EDM의 일부에 넣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말씀하신대로 의견이 어느정도 분분하여 그 부분을 수정하였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빌로우는 왜 댓글을 수정했을까? 처음 댓글의 어조는 ‘말한대로 틀린 정보를 제공했으니 해당 부분을 수정했다’였지만, 수정된 댓글의 어조는 ‘우리가 틀리진 않았으나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 일단 수정했다’였다. 짐작하건대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는 사람이 꽤 있어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면 빌로우의 이미지에 타격이 있으리라 판단했을 것이다. 어조가 바뀐 것도 큰 문제지만, 바뀐 댓글의 내용이 심각하게 사실과 다르다. 갑자기 어디서 덥Dub이 튀어나온 걸까? 덥스텝Dubstep이라 말할 걸 덥이라 잘못 얘기한 걸까? (물론 덥스텝과 트랩 역시 베이스 뮤직으로 분류되고 bpm이 140이라는 부분에서 유사점은 있으나 직접 관련은 없는 장르다.) 이에 나는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댓글을 수정한 게 짜증 나 표현이 거칠었다.

“Trap이 Dub의 하위 장르로 EDM의 일부’라는 말은 또 무슨 소리인가요? EDM-Dub-Trap이라니. 제가 지금까지 본 장르 얘기 중 가장 창의적인 얘기군요. 모르는 얘기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공부를 좀 더 하시던가요.”

이후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Dub Fusion 장르에 Trap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Dub으로 잘못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덥 퓨전Dub Fusion? 혹시 내가 모르는 장르가 아닐까 싶어 구글에서 ‘dub fusion’으로 검색했다. 가장 먼저 뜨는 건 다음 링크. 공연 이름이다. http://www.iticket.co.nz/events/2012/may/dub-fusion-may-25th 그 아래에 있는 검색 결과도 대부분 공연 링크이며 이미지는 자동차가, 유튜브 영상에는 판다 덥Panda Dub의 ‘Dub Fusion’이라는 곡이 뜬다. 그 외의 검색 결과로는 레볼루셔나리 덥 워리어즈Revolutionary Dub Warriors의 [Dub Fusuion]이라는 음반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장르에 관한 설명은 찾을 수 없다. 일부 음악가들이 장르에 Dub Fusion이라는 용어를 쓰기는 하나 이는 이름 그대로 덥이 퓨전 된 음악이라는 의미로 쓰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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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비욘세의 곡은 EDM에서 통용되는 트랩 트랙이 아니다. 프로듀서를 맡은 힛보이Hit-Boy는 힙합 프로듀서이며 그가 전에 만든 트랙 역시 힙합의 테두리 안에 있다. 요즘 같은 시대 장르가 틀린 건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정확히 말해 사소한 문제는 아니다. 장르란 음악에 관한 소통을하는 데 필요한 언어 아닌가.) 하지만 기사의 프레임이 이렇다.

트랩-EDM 장르-비욘세가 트랩을 시도-비욘세도 EDM을 시도-(역시 EDM이 대세)

EDM 미디어가 EDM을 대세로 표현하는 건 뭐라 할 얘기가 못 된다. 문제는 빌로우는 잘못된 정보로 이 프레임을 유지하고 그에 관한 지적이 들어오자 잘못을 인정했다 눈치채지 못할만하게 번복한 뒤 짧고 그릇된 지식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했다는 점이다.

빌로우는 이전에도 정확하지 않거나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주장으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건 다음 기사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DJ와 프로듀싱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 http://below.co.kr/magazine_feature/5513

제목과 다르게 짤막하지 않은 본 기사를 짤막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기술의 발달로 디제잉의 역할은 축소되고 있다.-현 상황에서 디제이가 선택해야 하는 길은 프로듀서가 되는 것이다.-글로벌 개더링에서 데이빗 게타의 공연을 보라-‘내가 아는 노래’ 즉 히트 트랙을 가진 디제이가 대중을 열광하게 한다.-우리나라 디제이도 세트에서 오리지널 트랙을 틀어야 우리나라의 클럽 문화가 ‘부비부비’와 유흥 업소의 이미지를 벗고 문화 공간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이런 주장은 최근 해외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글은 대부분 산업의 구조상 디제이를 할 수밖에 없는 프로듀서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방어 차원에서 이뤄지는 주장이라면 (그리고 그에 따른 비판도 받는다.) 이 글은 한국 유일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웹 매거진에 실린 글이라고 보기엔 디제이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경이 전제되지 않은 얕고 끔찍한 글이다. 갓 디자인학과에 들어간 학생이 도자기 굽는 장인에게 가 ‘여기에 꽃무늬 패턴을 박아 넣어야 더 잘 팔릴 수 있다’라고 얘기하는 셈이다.

여기에 대해선 (지금은 사라진) 이스케이프Escape를 운영하던 카오스Chaos 님이 반박글을 달았다. 내용이 너무 장황해 잘 쓰인 반박문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본 글의 문제는 대강 지적되었다 본다.

반박문 보기- http://below.co.kr/comm_col/5944

최근 빌로우에서 본 가장 당황스러운 기사는 다음 기사다.

“20대 개새끼론과 EDM 문화” http://below.co.kr/magazine_feature/22318

이미 한참 전에 폐기된 담론인 ’20대 개새끼론’을 ‘기성세대의 최신형 꼰대 레파토리’라며 가져오는 시대착오적 발상은 둘째치고 ‘저항의 시대는 끝났으니 EDM에 몸을 맡기고 (역시 사어가 된) PLUR의 정신과 함께 행복해지자’는 나이브한 결론에 할 말을 잊었다. 여기에 관해서는 글을 쓰다 그만뒀다. 글이 현실 인식 없는 자칭 스노브가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내용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립한 뒤 주화입마에 빠지면 나올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주화입마에 빠진,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말을 걸어봤자 내 에너지만 뺏기게 되니.

빌로우와 인터뷰했을 때의 일이다. 인터뷰 전날 질문지를 받고 좀 짜증이 났다. 나중에 인터뷰 정리가 어설퍼진 건 그들의 경험치가 그만큼이라 생각하고 넘어가자. 짜증이 난 가장 큰 이유는 질문들이 무엇을 질문해야 할지 모르고 작성된 게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상대에 관한 관심이나 궁금증이 없는 거다. 인터뷰 중 “기획은 많이 듣고,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와 B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 그것을 연결시키는 것이 기획이라고 생각하는데, 최대한 귀를 기울여 본질에 다가가려고 노력한다.”는 내용은 빌로우에게 하는 얘기였다.

인터뷰 때 인터뷰이임에도 불구하고 빌로우에 궁금한 게 많았기에 이런저런 내용을 물어봤다. 인터뷰를 진행한 이기민 씨는 빌로우의 구성원이 이쪽 음악을 들은 지 2,3년 밖에 안 되어 많이 부족하다면서 “음악 잡지의 기자로 활동했었는데 혹시 Below에 칼럼을 기고할 생각은 없는지?”라 질문했다. 여기에 나는 “(건방지지 않은 늬앙스로)돈 많이 주면 하겠다. 하하.. [영기획] 일 말고는 지금 다른 일을 할 여력이 없다. 건방지게 적어줘도 좋다.”라 답했다. 이는 에이무브의 회사 규모라면 외부 기고문에 돈을 많이 주는 게 맞고 영기획은 영기획 대로 빌로우는 빌로우 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낫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빌로우는 빌로우 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잘하고 있다. 영기획은 할 수 없는 일을 진행하고 있고 (물론 영기획은 영기획 대로 빌로우가 할 수 없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 덕분에 신에 관한 텍스트가 풍부해지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빌로우의 좋은 기사는 종종 내 SNS 계정을 공유하기도 한다. 나는 빌로우에 대해 악감정을 가진 적이 없다. 그럼에도 200명도 안 보는 비욘세의 뉴스의 잘못된 표현에 댓글을 달고 이후 일어난 사건에 짜증을 내는 이유는 빌로우가 음악을 다루는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메이저 클럽 파티 홍보와 파티 사진이 주 콘텐츠인 곳은 많지만 (이런 사이트가 문제라는 게 아니다. 이들만 있다는 게 문제라는 거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전문으로 그에 관한 글이 올라오는 미디어는 빌로우가 유일하다. 한국에서 EDM이라는 용어를 가장 많이 쓰는 미디어에서 EDM이 어디에서 왔는지 진지하게 탐구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이번에도 결국 댓글 달기를 그만뒀다. 말을 건네길 포기하고 싶은 상대가 생긴다는 건 슬픈 일이다.

P.S:혹시 요즘 빌로우가 잘 나가 시샘하는 걸로 보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빌로우가 콘텐츠 양이 많고 커뮤니티가 있어 전체 트래픽은 영기획보다 높을 거로 추측되지만, 개별 기사의 조회 수는 영기획이 배 이상 높다.

스마트패드 시대 잡지의 미래는?

“미래다. 미래. 언론의 미래가 나타났다!” 루퍼트 머독은 외쳤다. “미래다. 미래. 소셜 네트워크의 미래가 나타났다!”라고 외치며 인수했던 마이스페이스를 소셜 네트워크의 화석으로 만든 후의 일이었다. 한 번 속은 사람들은 미심쩍었지만, 다시 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이번은 다르다. 소셜 네트워크는 루퍼트 머독이 가보지 못한 미래였지만 언론은 그가 만들어낸 현재다. 여기에 미래라는 단어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스티브 잡스가 루퍼트 머독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언론’과 함께 ‘재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그 자체로 권력이 되는 두 단어를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스마트한 잡지를 만들고자 한다. 100명의 기자를 스카우트하고 3천만 달러의 개발비를 투자하고 스티브 잡스와 협상을 이끌어내고. 그렇게 ‘더 데일리’는 최초의 블록버스터 디지털 잡지가 되었다. ‘본다’라는 개념은 낡은 것이 되었다. UX(User eXperience)라는 단어의 부상처럼 지금 시대는 보는 대신 경험한다. 누르고, 밀고, 기기를 들어 좌우로 기울이고, 직접 이야기를 하고. ‘더 데일리’는 사용자의 수고에 걸맞은 즐거움으로 응답한다. 음성,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는 물론이고, 3D 사진, 게임, 구매 링크 등. ‘더 데일리’는 스마트패드의 기능을 총전시하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모든 역량을 ‘경험’에 쏟는다. 경험은 실시간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혹은 댓글 칸을 통해 전파되고 소통된다. 이 모든 것이 잡지의 미래일까? 두껍고 보관하기 불편했던 잡지는 이렇게 스마트해지는 걸까? 많은 종이 잡지들이 ‘더 데일리’의 인터페이스를 레퍼런스로 디지털 잡지를 출간하는 걸로 보아 그런 걸로도 보인다. 하지만 경험에 동참한 이의 숫자는 이러한 의미를 무색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종이 잡지의 경쟁상대는 타사의 종이 잡지지만 디지털 잡지의 경쟁상대는 아이패드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일 수밖에 없으니까. 게다가 그것 중 상당수는 무료다. 디지털 잡지는 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직 잡지의 미래는 실험 중이다.

 

2011년 12월 루엘 기고

 

* 당시 ‘더 데일리’ 대신 플립보드를 다루고 싶었으나 기획안을 본 잡지 측에서 ‘더 데일리’를 원해 ‘더 데일리’에 관한 기사를 썼다. 결국 ‘더 데일리’는 이 글이 발표된 지 1년 후 폐간한다. 그리고 오늘(2013년 3월 14)은 구글에서 RSS를 구독해 볼 수 있는 구글 리더 서비스를 7월 1일 폐쇄한다 발표했다. 글이 실린 잡지를 받지 못해 이 글이 그대로 실렸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무엇’을 갈망하는 어른들의 애타는 밤에 바치는 앨범 – 버진 랩(Virgin Lab)의 [Maybe Ou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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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갈망하는 어른들의 애타는 밤에 바치는 앨범 

버진 랩(Virgin Lab)<Maybe Our Story>

버진 랩. 번역하면 처녀 연구소다. 망측하다. 곡은 어떤가. ‘Let’s Take a Break’의 스킷을 들어보자. 한 남성이 모텔로 짐작되는 곳에서 ‘대실’이 가능하냐 묻는다. 대실? 그건 성인남녀가 ‘무엇’을 하기 위해 모텔방을 잠시 빌리는 일 아닌가. 여기서 ‘무엇’이 ‘무엇’인지는 얘기하지 않겠다. 그 성스러운 행위를 차마 어떻게 여기서 설명하리. 아무리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공연할 정도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라도 그런 말은 공개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학업에 열중해야 할 청소년을 보호하고 본 글의 품위 유지를 위해서 그 단어는 함부로 적지 않겠다. 버진 랩은 바로 입에 올릴 수 없는 ‘무엇’에 대한 노래를 하는 불경스러운 일렉트로닉 뮤직 밴드다. 어쩌다 이들은 이렇게 음탕하고 불량한 음악을 하게 되었을까. 일단 그 연원을 파헤쳐 보자. 깨달음을 주는 이는 늘 반면교사 아니던가.

버진 랩의 멤버는 YMEA(Young Men Electronic Association)의 파운더 황박사와 클래식을 공부하는 오세륜이다. 저 얄쌍한 콧수염을 보니 딱 봐도 황박사는 변태임이 분명하고 오세륜의 매끈한 외모는 여태껏 꽤 많은 여성을 홀렸음을 짐작하게 한다. 얼굴을 봤으니 뒤도 살펴보자. 황박사가 만들었다는 YMEA는 이름 그대로 젊은 일렉트로닉 음악가의 모임이다. 지금까지 80’s Illusion과 The Young Violent Pony와 같은 80년대 디스코(Disco)가 넘쳐 흐르는 파티를 진행해왔다. 디스코? 디스코라 함은 향락과 퇴폐의 상징과도 같은 음악 아닌가. ‘토요일 밤의 열기’로 시작된 디스코 붐은 한국에도 퍼져 80년대 불량한 남녀들은 어두침침한 나이트클럽에서 디스코를 추며 짝짓기에 열중하곤 했다. 그런 음탕한 음악이 흐르는 디스코 파티를 주도해온 YMEA의 수장이 바로 황박사라니. 그가 얼마나 음란한 남자일지는 굳이 부연을 곁들이지 않아도 되겠지. 그렇다면 오세륜은? 클래식은 우아하고 기품 있는 음악인데… 아하. 보니까 딱 각이 나온다. 얌전히 클래식 공부를 하던 오세륜을 황박사가 콧수염을 씰룩거리며 접근해 퇴폐적인 디스코 음악으로 물들인 것이다. 아무래도 본인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선 준수하게 생긴 멤버 한 명쯤은 필요했을 테니까. 이렇게 모인 버진 랩의 음악적 기반은 산술적으로 따지면 디스코와 클래식이다.

근데 이들이 첫 발매한 EP <Maybe Ourstory>에서 들려주는 음악은 칠웨이브(Chillwave)란다. 아니 칠웨이브는 또 뭔가. 칠웨이브는 요즘 전 세계 힙스터 사이에서 유행하는 음악 장르다. 뿌연 사운드와 멀리서 들리는 듯한 보컬, 울렁울렁 거리는 독특한 그루브 감, 이국적이면서도 적당히 세련된 음악을 뭉뚱그려 대강 칠웨이브로 분류한다. 디스코/훵크/클래식을 거쳐 칠웨이브가 나왔다니. 역시 변태스럽다. 그렇다고 이들의 음악에 디스코와 훵크의 존재감이 없진 않다. ‘Let’s Take a Break’나 ‘Three Legged’의 넘실거리는 베이스는 디스코와 훵크라는 나무에서 가지를 쳐 가져온 게 분명하다. 칠웨이브는 장르라기보다 음악을 해석하는 태도에 가깝다. 왓보다는 하우에 방점이 찍힌 음악이란 얘기다. 예를 들어 칠웨이브 밴드로 묶이는 트윈 시스터(Twin Sister)와 워시드 아웃(Washed Out)의 음악을 어떻게 물리적으로 구분해 분류해 칠웨이브로 한 데 포섭할 수 있겠는가. 버진 랩의 음악은 디스코 사운드의 적절한 도입이라는 측면에서 초기 시절의 워시드 아웃과 네온 인디안(Neon Indian) 그리고 <Underneath the Pine>을 발표한 이후의 토로 이 모아(Toro y Moi)를 연상시킨다. ‘초기’와 ‘최근’이라는 수식을 쓰는 이유는 이들의 음악이 꾸준히 변하고 있기 때문인데 칠웨이브를 태도에 가깝다 얘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시 정리해보자.

버진 랩은 디스코/훵크/클래식에 영향을 받은 칠웨이브 밴드다. 퇴폐적이지만 우아하고 ‘힙’한 음악을 들려준다. 이 조합을 보니 뭔가 느껴지는 게 없는가. 모두 바람둥이라면 응당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이쯤 되면 슬슬 의도가 읽힌다. 버진 랩은 처녀 연구소라는 이름대로 바람둥이들이 여자를 꼬시기 위해 만든 밴드인 것이다. 여자를 꼬실 때 음악만큼 좋은 게 또 있겠는가. 그래. 어디 그럼 (어디까지나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이들이 펼치는 기술을 파헤쳐볼까나. 음… 근데 들어보니 생각만큼 이들이 선수처럼 보이진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Let’s Tae a Break’의 스킷에서 이들은 3만 5천 원을 요구하는 모텔리어 앞에서 3만 원 밖에 없다며 약한 모습을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는다. 이후 등장하는 여성의 몸에 대한 묘사는 꿈결 같은 사운드와 곁들여져 실제를 묘사한다기보단 상상의 대상을 그리는 걸로 보인다. 그렇다면 여성의 입장에서 하룻밤의 ‘무엇’을 노래하는 ‘Skins Talk’를 들어볼까. 상대 남성의 외로움에 공감하며 하룻밤 이후의 이별을 다짐하는 여성상은 아무리 봐도 여성의 입장으론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남성이 바라는 여성상에 가깝지 않나. 어쩌면 이들은 바람둥이라기보다 바람둥이가 되고 싶어 하는 소심한 음악가들인 게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이들이 음탕하게 보이기보단 슬슬 공감이 가기 시작한다. 아! 이러면 안 되는 데. 감히 성스러운 ‘무엇’을 입 밖에 내어 노래하는 이들의 악마적인 습성을 하나라도 더 까발려야 하는데. 근데 이를 까발리기 위해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니 자꾸 공감되고 빠지는 건 나도 어쩔 수 없이 ‘무엇’을 갈망하는 외로운 청춘이란 말이던가.

게다가 이들은 비록 여자 앞에서는 소심한 청춘이지만 주변 음악가들에게는 좋은 동료인 것 같다. 한국 일렉트로닉 신의 뉴웨이브를 이끌고 있는 소년(Sonyeon)과 히든 플라스틱(Hidden Plastic)이 각각 ‘Three Legged’와 ‘Midnight Journey’의 리믹스를 맡았다. 소년의 ‘Three Legged(Sonyeon Remix)’는 원곡을 탈수기에 돌린 뒤 bpm을 25정도 늘려 놓고 온갖 애시드한 소리로 그루브를 이은, 버진 랩이 클럽에서도 여자를 꼬실 수 있도록 고안된 트랙이다. 얼마 전 마포FM의 오프닝 곡이자 스마트폰 비트게임 R-Tap에 수록된 <Skirt>를 발표한 2인조 일렉트로닉 밴드 히든 플라스틱의 ‘Midnight Journey(Hidden Plastic Remix)’는 본인들의 곡에서 쓰인 특유의 그루브한 신서사이즈 찹과 버진 랩의 스펙트럼 중 디스코에 돋보기를 갖다 댄 트랙이다. 히든 플라스틱의 청량한 사운드가 버진 랩의 에로틱한 사운드와 만났는데 어찌 여자들이 넘어오지 않고 버티리. 이 정도면 뉴클리어 밤이다. 쾅!

어덜트 콘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라는 장르가 있다. ‘어른’과 ‘동시대’라는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이 장르는 어른들이 듣기 좋은 말랑말랑한 팝 음악을 일컫는다. 어찌 보면 버진 랩의 음악이야말로 지금 시대의 어른을 위한 어덜트 콘템포러리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이탈로 디스코(Italo Disco)의 아버지 조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의 음악을 듣고 자라 (88올림픽 주제곡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를 조지오 모로더가 작곡했다.) 남중, 남고를 거쳐 제대로 여자들과 얘기 나눠 볼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동급생’으로 여성에 대한 환타지를 키워 온. 드디어 대학교에 들어가 여자 한번 꼬셔볼까 해도 스펙과 취업에 치여 여전히 ‘무엇’을 ‘무엇’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그런 어른 남성들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버진 랩의 음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에게 위로를 던지는 음악이다. ‘무엇’이 하고 싶은데, 참, 하고 싶은데 말로 표현을 못 하겠는 그런. 물론 버진 랩의 음악은 여성이 들어도 좋다. 애초에 여성을 꼬시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니. 원래 현실 세계에선 꺼려지는 소심하고 지질한 모습이 음악으로 표현되면 귀엽게 들리고 그러지 않나. 버진 랩과 몸을 섞고 싶을진 몰라도 적어도 귀는 섞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과연 버진 랩이 꿈꾸는 저출산 시대 극복은 가능할까. 오늘도 깊어가는 ‘무엇’을 하기 위한 어른들의 밤은 깊어간다. 버진 랩의 음악은 그 애타는 밤에 바치는 송가다.

(버진 랩 [Maybe Our Story] 음반의 보도자료로 쓴 글이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나중에야 스트리밍 사이트에 여기서 편집된 버전이 실렸다.)

 

생각: 영기획 (1)

– 혹시 모를 분들을 위해. 어제 영기획 | YOUNG,GIFTED&WACK 이라는 사이트를 베타 오픈했습니다. 주소는 www.younggiftedwack.com 이고요. 베타 버전이고 제가  이번주까지 개인 일에 치여 원하는 만큼 콘트롤 할 수 없을 것 같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진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여러분이 나서서 홍보하는 걸 말리진 않습니다. 적어도 제 사이트를 평소 들르셨던 분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겁니다. 그리고 사이트 로고는 위와 다릅니다. 아래부터는 편히 쓰기 위해 반말.
‘에라이 모르겠다’라는 말과 함께 영기획을 오픈하고 하루가 지났다. 생각보다 좋은 반응과 숫자가 나왔고, 내가 원하는 만큼 준비해 할 수 있는 만큼 운영한다면 어느정도의 반응과 숫자가 나올지에 대한 기대와 불안도 생겼다. 갖고 있는 틀은 있지만, 일부러 사이트에선 공개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사이트의 가능성을 제한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내 믿음이 맞는다는 판단이 들면 계속 밀고 나가고 새로운 틀에 대한 가능성도 닫아두진 않을 것이다. 일단은 생각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여기에 적히는 대로 적는다.
다른 이들이 오해할 것 같은 부분을 미리 차단하자면. 영기획은 씬에 도움을 주고자 만든 게 아니다. 우선 그러한 당위가 수단을 합리화하고 주변을 상처 주는지 여태껏 봐 온 입장에서 어떤 당위로 영기획을 끌고 나갈 순 없다. 기본적으로 내가 그러한 당위로 움직이는 사람도 아니고. 영기획은 씬에 도움을 주고자 만든 게 아니다. 씬의 일부가 되기 위해 만든 거다. 씬의 일부가 된다는 건 씬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상정하고 그곳에서 어울려 산다는 의미다. 씬의 일부인 내 행동이 씬 전체에 도움이 되고 안 되고는 이후의 판단이다. 씬의 일부가 되려는 이상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있다. 상생이다. 처음 홍대 앞에 와 무언가를 할 때부터 지금까지 놓치지 않고 가려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영기획 사이트는 어떻게 상생하는가. 당장 별거 없다. 좋은 공연, 음악, 영상을 찾아 소개한다. 많이 좋은 건 더 많이 소개하고 조금 좋은 건 가능성을 점치며 역시 소개한다. (글이 길어질 것 같아 여기서 ‘좋음’의 기준에 대해선 적지 않겠다. 그래도 굳이 묻는다면 ‘주관적인’ 좋음이라 답하겠다. ‘객관적인’ 것을 가장하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사람들이 그 좋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좋은 기획을 많이 한다. 영기획은 최소한의 리소스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리려는 사이트다. (현재는 그래야 유지할 수 있다.) 그만큼 사람을 끌어모으는 좋은 기획은 중요하다. 사소하지만 글에 링크를 거는 것도 상생이다. 좀 귀찮지만 익숙해지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영기획 사이트의 목적은 가능한 사람들을 밖으로 보내는 것이다. 공연장으로, 레코드 점으로, 좋아하는 음악가의 사이트로, 그리고 그 음악가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역시 상생하고 있는) 사이트로. 외국 블로그만 가도 위의 것들은 ‘기본적으로’ 하는 일들이다. 하지만 한국의 음악 사이트는 이러한 ‘기본적인’ 것을 하지 않는다. 여기에 대해서 불만이 많으니 좀 싸질러 보자면 뉴스야 운영상의 문제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왜 국내 음악 사이트는 링크가 없나. (물론 비단 음악 사이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웹은 3차원이다. 하이퍼 링크를 통해 하이퍼 텍스트로 탄생한 웹 페이지는 일반적인 텍스트보다 큰 생명력을 가진다. 그리고 그렇게 촘촘히 링크를 통해 연결되는 것. 그게 바로 상생이다. 상생 별 거 없다. 좋아요 누르고 리트윗하고 링크가 상생이다. 영기획은 이런 내가 갖는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는 현실에 스스로 답을 내리기 위해 만든 사이트다.
그 밖에 영기획을 이루는 또 하나의 축이 있고. 그 축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도 있으나. 여기에 대해선 나중에 적겠다. 일단 눈 좀 붙이고 밀려 있는 일을 해야지. 바쁜 일이 몰려 있는 이번 주만 지나면 좀 더 차근차근 영기획 영 다음에 하나 하나 무언가를 보탤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문장 하나만 보태면
영기획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하지 않지만 영기획을 운영할 때는 비즈니스를 하는 마음으로 한다. 그래야 핑계가 생기지 않으니.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정리: 5월

수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났다’.

총파업으로 시작해 종합소득세로 마무리한 한 달이었다. 그간 동시에 일어난 수많은 일은 다음과 같다. 총파업과 그로 연결된 후속 행동, 씩씩이와 튼튼이의 병원사고와 재정파탄, 바닥을 치고 다시 안정을 찾은 관계 1, 바닥을 치고 거리를 두게 된 관계 2, 새로 시작한 일과 외부의 자극, 새로 시작해야 하는 일과 내부의 자극,

인생의 굴곡은 피할 수 없다. 여기서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선택이 가능하다. 1.이와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굴곡을 줄이려 노력한다.(덕스럽게 얘기하면 쏘우파형의 굴곡을 싸인파형 정도의 굴곡으로 만든다든지) 2.굴곡을 받아들이거나 즐기는 법을 익힌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전자. 그러나 ‘수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났고 선택은 의미를 잃었다. 총파업으로 곡선이 최고점을 찍었을 때 내려갈 때의 충격을 줄이려 조심했으나 내 인생의 굴곡은 근육통이 사라지는 것보다 가파르게 곤두박질쳤다. 물론 조금 경솔하기도 했다. 원래 최고점을 찍으면 다들 그러는 법이니까. 바닥을 치고 다시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속도는 더뎠다. 역시 이 정도로 가파르게 바닥을 치면 대부분 그러는 편이니까. 겨우 시간의 힘을 빌려 지상 위로 올라왔지만 요즘 들어 다시 내려가려는 조짐이 보인다. 붙잡을 무언가와 그를 잡을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5월에 동시에 일어난 수많은 일 중 몇 가지가 남아 붙잡을 무언가가 되 줄 거라 생각한다. 이후 그를 붙잡는 체력을 만드는 건 내 몫일 테고. 그런 식으로 끔찍했던 5월의 수많은 일은 새로운 의미를 쟁취한다. 수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고 정리되고 일부는 남는다.

기록: 총파업 디제잉

 

 

무버블 타입의 카트 디제잉 사운드 시스템- 두리반에서 쓰는 음식 카트 위에 청테이프로 맥북 프로와 novation ZeRO SLMkII, APOGEE duet을 고정했다. 옆에 보이는 리어카 안에는 믹서 겸용 앰프와 스피커 두 대 그리고 발전기가 있다. 처음에는 스피커 위에 고정해놓은 무선 마이크 앰프로 사운드를 출력시킬까 했으나 자주 마이크 앰프가 다운돼 직접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믹서를 직접 연결하는 극악한 방법을 택했는데, 이는 변수와 사고로 가득찬 행진에서 둘이 절대 특정 거리 이상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악이 끊기는 것보단 나와 카트를 끄는 이들이 힘든 게 나으니까 감수하기로 결정.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정 이상의 전압을 감당하지 못하는 발전기가 행사 내내 수시로 꺼졌는데 그때마다 나와 단편선은 발전기를 들어 ‘스위치를 오프-발전기 동작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림-스위치 온-발전기를 돌리기 위해 손잡이를 잡아당김’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단편선이 전압이 문제가 되는 경우를 초기에 발견해 디제잉할 때는 세 번 정도밖에 꺼지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 이후 내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꺼지는 사고가 일어났으나 워낙 여러 사고가 많아 문제를 재빨리 파악하지 못해 중간에 디제잉이 한동안 중단됐다. 위와 같은 난점을 제외하곤 아니 위와 같은 난점까지 포함해 총파업 디제잉은 즐거웠다. 전날 내가 선곡한 래디컬한 업템포의 로컬 댄스 음악은 몸 안에 ‘하우스 비트’가 세팅된 이들에게는 춤추기 좋은 트랙은 아니었는데 다행히 장소에 있는 이들은 모두 세팅 따위 없이 어떤 음악에도 춤출 수 있는 열린 몸과 마음의 소유자들이었다. 아울러 거리 행진과 카트 디제잉은 왜 진작 이런 조합이 없었나 싶을 정도로 (사실 없는 게 당연하다. 이리 힘든데.) 적절한 조합이었는데 이는 오래전부터 가졌던 모바일 디제잉에 대한 고민을 좀 더 구체화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내가 하는 행동이 ‘운동’에 적합한 종류의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좀 덜어졌고. 정말이지 이날은 누구 할 거 없이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위대했다. 심지어는 걱정과 달리 장비를 완벽하게 고정한 청테이프조차. 아래 사진에 나온 나만 해도 이리 위대해 보이는 데 이 모든 것을 합한 것은 대체 얼마나 위대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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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BOTOMY ‘SABOTAGE’ @ 51+

LOBOTOMY ‘SABOTAGE’ @ 51+ from havaqquq on Vimeo.

51+의 헤드라이너 lobotomy가 앵콜곡으로 연주한 ‘sabotage’. ‘sabotage’는 overclass의 컴필레이션 시리즈 [collage 3]에서 lobotomy와 verbal jint가 함께 작업한 곡으로 beastie boys ‘sabatoge’의 가사가 일부 인용되었다. 마침 공연이 있던 날 MCA(Adam Yauch)의 부고가 들려와 공연 당일 트리뷰트의 의미로 선곡/에디트했다고. 이날 lobotomy 공연의 베스트는 아니었으나 최고의 순간이었음은 분명. 공연에 대해 지난번 수퍼스케치 공연과 비교해 이런저런 하고 싶은 말들이 있는데 이건 좀 나중에 적을까 한다. 일단 술 좀 깨고. ;> 그나저나 난 걸그룹 멤버 개인 촬영하는 것도 아니고 왜 늘 포트레잇 모드로 영상을 찍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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